2021. 3. 10. 21:13ㆍ흥미/고전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스페인 내전에 대한 궁금증이 강해졌다.
이번에는 좀 더 유명하고 대중적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읽었다.
페이지수로 느껴지는 양은 방대했지만, 책은 아주 잘 읽힌다.
설명이 없이 바로 진행되는 서사였지만 초반부터 빠르게 몰입이 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줄거리
로버트 조던은 다리를 폭파하는 역할을 맡은 군인이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국 편에 서서 파시스트와 맞선다. 공격 신호에 따라 산악 지대의 다리를 파괴해야 한다.
그는 산에 있는 게릴라 부대원들과 접선하여 같이 임무를 수행한다.
파괴할 다리를 확인하고,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무리의 게릴라 대원들에게도 도움을 얻는다.
또한 지난번 파시스트와의 마찰에서 부대원이 구해온, 마리아라는 아가씨와 조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조던은 한 대원에게 <조그만 마을에서 내전이 시작되던 때의 광경>을 듣게 된다. 그들은 파시스트이면서 동시에 이웃이였던 20명 남짓의 사람들을 도리깨로 때려 죽여서 절벽에 던진다. 그리고 조던은 다른 대원의 일가족들이 파시스트에게 총살당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리를 파괴할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파시스트의 움직임은 기존과 달랐고, 남겨진 흔적으로 인해 다른 무리의 대원들이 사살된다. 조던은 불길함을 느끼고 공격을 포기하고 진상을 파악해야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 대원을 통해 보고서는 도달했지만, 폭격기는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조던은 사격 속에서 무사히 다리를 폭파한다. 하지만 이 다리 폭파 작전으로 보금자리는 사라지며, 탈출하는 경로는 아주 위험했다. 조던은 부대원들과 탈출 중에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조던은 다른 대원과 연인을 보내며 나무에 기댄다.
그는 적이 올만한 방향을 지켜보며, 고통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으며, 마침내 기병대가 나타나자, 경기관총의 총구를 소나무 줄기에 걸쳐 놓고 기다린다.
책에서 모든 등장인물은 깊은 PTSD를 가지고 있다.
파시스트를 장티푸스보다 많이 죽인 파블로는 너무 잔인했다고 생각한다.
사냥을 즐겨하던 안셀로는 파시스트에게 총을 쏘며 눈물을 흘린다.
조던은 아버지가 자살한 뒤, 임무 외에는 여유를 가지지 않는 삶을 산다.
마리아를 만나고 삶에 대한 갈망을 느끼며, 앞으로 이어질 미래를 꿈꾸지만 좌절된다.
책에서 파시스트는 최악의 악당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파시스트 못지 않게 공화국 세력들도 패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전쟁은 승패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죽게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종을 울렸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다음은 책의 인상 깊은 구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뛰어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쾌활했다.
쾌활한 편이 훨씬 나았고, 또한 그것은 어떤 일의 징표 같았다. 마치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벌써 불멸을 맛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42p-
"오늘이라는 하루는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날 중 하루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많은 날은 오늘 네가 하는 일에 따라 결정되거든. 올해는 뭐든지 그런 식이었지. 그런 일이 여러번 있었어. 이 전쟁 내내 그 모양이었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 331p-
"나는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위해 지난 일 년 동안 싸워 왔지. 만약 우리가 여기서 승리를 거두면 우린 어디서나 승리를 거두게 될거야. 이 세계는 아름다운 곳이고, 그것을 위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 그래서 이 세계를 떠나기가 싫은 거야. 이렇게 훌륭한 삶을 보낼 수 있었으니 넌 행운아였어, 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 3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