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2020. 7. 11. 18:52흥미/고전

「부분과 전체 책으로 대학교 독후감 공모전에 참여했다.

이 책은 항상 읽어보고 싶었지만, 집중이 안돼 중도하차를 두 번이나 했다. 지금껏 읽은 책 중에, 책을 읽다 잠시 다른 일을 마치고, 다시 집중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후감을 작성하다보니 글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며, 교훈을 얻으려는 무형의 형식에 맞춰야 했다. 그렇게 글의 완성도는 조금 높아져도, 읽으면서 느낀 그 감정들은 글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 곳에는 작성한 독후감의 일부 내용만 적시하려고 한다.

 

독후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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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부분과 전체일까?

 복잡한 문제를 풀기위해 수학, 물리학에서는 항상 특수한 문제를 규정한다. 이 문제를 풀어 발견한 해결책을 일반화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차근차근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뭐든지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막 물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그를 처음 본 물리학자 조머펠트는 학생은 너무나 야망이 크군요. 가장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였다고 해서 더 쉬운 문제가 저절로 이해된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분과 전체는 물리학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물리학자가 살아온 삶과 바라본 세상을 담은 책이다. 복잡한 문제 앞에서, 전쟁의 위기에서 하이젠베르크는 전체를 바라 볼 수도, 해결할 수도 없었다. 단지 앞에 놓인 부분에 정성을 다해야했다.

 

 하이젠베르크와 동세대 물리학자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비약적으로 높여놓았다. 단순히 천재들의 시대였다고 줄이기엔 아깝다. 긴 침묵의 시대가 차곡차곡 쌓아놓은 작은 점을 이어나간 것이다. 천재라는 말로 그 노력을 일축하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책은 주로 대화로 이어져있다. 머리말에 저자는 과학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며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이 토론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의 주제가 조금 어렵긴 하나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과학의 실체는 현실을 기반으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종교, 철학, 정치 등 현실과 뗄 수 없는 부분이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삶과 엮여있다.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당대의 물리학자들이 모이는 솔베이회의가 있었다. 그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를 가지고 작은 토론이 벌어졌다. 아인슈타인은 하나님을 이야기하며 종교적 관점이 확고한데, 그게 자연과학자에게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하이젠베르크는 과학과 종교는 서로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폴 디렉은 이란 인간의 환상에 지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대화내용은 심오하지만, 얼핏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요즘의 세상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가끔 세상의 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눈을 돌리게 된다. 또한 분쟁을 두려워해 자신의 견해를 아끼는 사람도 있다. 허나 토론에서 의견이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두가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나 다수결의 방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토론은 의견을 주장하고, 반론하고, 의문을 품고, 때론 옹호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 대화가 과열될 것 같으면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그런 점을 당시대 물리학자들을 통해 배웠다. 토론에서 상대를 자신의 의견으로 찍어 누르려 하면 안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신념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한 배타적인 성향으로 일어난 전쟁이 바로 제 2차 세계대전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최악의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이 당시 원자물리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이와 별개로 하이젠베르크의 자국인 독일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유능한 지식인, 학자들은 국외로 망명했으며 하이젠베르크는 선택을 해야 했다. 망명을 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자국이 무너지는 것에 손쓸 수 없었고, 독일에 남으면 생활에 있어 타협을 해야 하고 후에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하이젠베르크는 한참을 고민하다 파국이 지나간 다음의 시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재난의 시기에 불변의 고도를 구축하는 것, 젊은이들을 모아 이 재난을 꿋꿋이 견뎌,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에 남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 이후 그가 겪게 될 삶은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바라보는 것, 그에 휘말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에 동조해야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울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하이젠베르크는 예전처럼(솔베이 회의) 물리학자들과 모여 대화할 기회가 줄어 안타까웠다고 한다. 정치적 문제로 자유로운 소통이 제한된 것이다. 전쟁과 정쟁이 가진 보이지 않는 폐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대화로 구성돼있기에 하이젠베르크뿐 아닌 그의 동료들의 목소리 역시 들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느낀 것은 1900년대의 물리학자들은 우리와 아주 다른 세상을 살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천재의 시대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호기심을 갖고, 동료들과 치열한 토론을 하는 것. 확실히 현재에는 보이지 않는 행동양식이다. 요즈음 세상은 너무 빨리지나가는 것이며 주변에 맞춰 바삐 적응해야하는 것이다. 나 역시 어릴 적 이후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본 기억이 없다.


 책의 후반부에 하이젠베르크가 그의 동료와 자연과학의 커다란 연관성에 대해 대화하자, 아내 엘리자베트가 요즘 세대들은 그런 커다란 연관성 따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상당히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이에 하이젠베르크는 그들이 작은 일에 관심을 가져도 괜찮다며, 항상 세상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끝까지 성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커다란 연관성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 수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은 정말 한 치의 성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나도 자주 그 무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가끔은 커다란 연관성을 생각하며 하이젠베르크가 그랬던 것처럼, 내 주변사람들 앞에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겠다. 그 과정이 조금은 어색해도 좋다. 토론이 과열돼도 좋다. 그 과정에서 생활도, 학문도 끊임없이 전진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글귀 (독후감에 작성한 내용 제외하고)

 

"우리가 본디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은 잘 알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자의 구조에 대해서 어떤 것을 서술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말하자면 먼 나라로 표류한 항해자와 같은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분과 전체 69p

 

"왜냐하면 뮌헨의 시민전쟁에서 경험한 사실들을 통하여 나는 오래전부터 정견은 큰소리로 선전하거나 실제로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그 목표를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부분과 전체 77p

 

"올바른 주장에 대한 반대는 하나의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일 수가 있다"

『부분과 전체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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