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2. 16:19ㆍ흥미/고전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겪은 스페인 내전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로써 조지 오웰의 작품은 『동물농장』, 『1984』 이후로 세번째이다.
이전 작품들은 체제에 대한 저항과 파멸과 같은 내용이 주 소재였다.
특히 1984의 경우 통제되는 디스토피아가 묘사되는데, 그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카탈로니아 찬가 줄거리
영국인인 오웰은 스페인으로 와서, 의용군에 지원한다.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정권 및 파시스트에 맞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모두가 동등했고, 부유한 계급이 사라진 것 같았다.
오웰은 여러정당 중 통일노동자당(P.O.U.M)의 의용군으로써 훈련을 받은 뒤, 전선 주변으로 가게 된다.
장비 지급은 열악했고, 파시스트들을 보게 되었지만 적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총을 쏘는 상황은 거의 없었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소강상태가 더 많았다.
오웰은 전선에서 석 달 반을 보내고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간다.
하지만 거리에 흐르는 혁명적 분위기는 사라졌고, 다시 계급 구분이 생긴 것 같았다.
심지어 전쟁에 대한 관심 조차 줄어들어, <유행>이 지나 있었다.
전쟁 전의 무장 경찰대인 치안대가 부활하였고 혁명을 일으키던 여러 정당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가전이 일어나게 된다.
무정부주의자들이 일하던 전화 교환소를 치안대가 급습하고, 거리에는 총알이 날라다니게 된다.
누가 누구와 싸우는 지 알기 힘든 상황에서 정당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 영문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서로 자신들이 같은 노동자임을 알리고 잠시 휴전하기도 한다.
공산주의자 신문에서는 통일노동자당이 파시스트라며 활동 금지를 요구하는 선동 기사를 계속 내보낸다.
졸리며 긴장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사이, 정부쪽 부대가 도착한다.
인민전선 정부는 무기를 가지면 체포하겠다고 선포하고,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다.
많은 수의 무정부주의자, 통일노동자당 지지자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바르셀로나 시가전이 끝난 뒤 오웰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간다.
그 곳에서 오웰은 파시스트의 총에 목을 맞는 큰 부상을 당하고 후방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된다.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어, 이제 통일노동자당 의용군에 복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통일노동자당은 불법 조직으로 선포되었고, 관련된 사람은 모조리 체포되었다.
이들에게는 <트로츠키주의> 라는 죄가 생겼다. 또한 파시스트에게 매수당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고, <비밀 감옥>에 옮겨지거나 <실종>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웰은 스페인을 떠나기로 다짐한다.
제대증을 받고, 경찰을 피하고 부르주아로 위장하면서 결국 스페인을 탈출하게 된다.
옳고 그름을 알 수 없는 이념간의 전쟁이다.
역사가 승자의 뜻대로 해석된다면, 가장 많은 것을 잃는 것은 언제나 부엔 치코ㅡ좋은 사람ㅡ일 것이다.
전선에서는 아군이, 정치적 이유때문에 후방에서는 적이 된다는 게 안타깝다.
파시스트만을 토벌하려 했으나, 어느순간 적이 누군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다만 카탈로니아 찬가는 다소 희망을 노래한다.
스페인 사람들의 단순하면서, 사려깊은 모습과, 전쟁에서의 어리숙함.
끔찍한 환경에서도 마냐나(내일)를 외치는 부분에서 그가 왜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길 원했는지 알 수 있다.
다음은 책의 인상 깊은 구절이다.
"이 때문에 내 마음속에 처음으로 이 전쟁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 생겼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옳고 그른 것이 아름다울 정도로 명쾌해 보였는데, 이제는 달라진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63p-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88p-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카탈로니아 찬가』 2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