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2. 21:59ㆍ흥미/역사
어릴적부터 집에 있었던 책 시리즈가 있다.
교양있는 우리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시리즈이다.
성인이 되기전까지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몸도 마음도 작았던 시절 두꺼운 책은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앞페이지 몇 부분을 읽고 치워버렸던 기억이 있다.
교양없이 성장했지만, 나이가 듬에 따라 역사에 대한 이해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성보다는 흥미 위주로 관심이 생긴다.
우리 세대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지만, 가장 로망이 없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탐험되지 않은 장소는 없으며, 목숨을 걸고 맞설 키클롭스도 없다.
세계적 정세가 평화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모험이랄건 크게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과거의 이야기를 보면 큰 재미가 느껴진다.
인물의 심리를 예측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만 생각해도 금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한 트럭일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한 명문장이 떠오른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와 '몰입'의 정도가 다르다.
기록되고 남겨진 개인의 모든 선택은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할 것이다.
서론은 이정도로 하고 최근에 읽은 세계 역사 이야기 1편(고대편)을 다룰 것이다.
정보를 늘여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흥미가 있는 부분과 영감을 불러오는 부분만 언급할 예정이다.
나일강 일대의 이집트에서 최초의 기록이 시작된다. 상형문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돌로 된 판을 사용하다 차츰 진흙판을 사용했다고 한다. 몇백년 뒤 종이에 기록을 하게 되는데 종이는 오래가지 않아 아이러니하게도, 종이 사용 이전의 이집트에 대한 정보가 더 많다고 한다.
이집트 외에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있는 메소포타미아가 있었고, 비옥한 지대에는 자주 전쟁이 일어났다.
그 중 바빌론의 왕 함무라비는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된다. 무력으로 통치하던 다른 왕과 달리, 법전을 사용해 제국을 다스렸다. 그 법전을 읽어보면, 건축업자가 지은 집이 무너져 주인이 죽었다고 건축업자가 죽는건 조금 안타깝지만 바빌론은 질서있는 제국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메소포타미아 북쪽 아시리아의 왕도, 이집트 신 왕국시대의 파라오도 정복활동에서 바빌론을 건드리지 않은 것을 보면 오랜기간 강력한 제국으로 통치를 했던 것 같다.
가나안의 유대민족은 특이하게 유일신을 숭배했다. 이 당시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신교였고 아직까지 종교로 인한 갈등은 따로 없었다. 이집트 신 왕국은 원래 태양신 아문 등을 믿는 다신교도였는데, 아멘호테프 파라오는 갑자기 '아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 하나의 신 아텐[Aten]을 섬겨야한다고 했다. 아텐은 우리가 아는 닭의 머리에 사람의 형체인 파라오 신의 모습과는 아예 다르다.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이 신을 왜 섬기려 했는지 여러 의문이 남는다. 파라오의 권력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다만 유일신은 이집트인에게는 너무 큰 변화였기 때문에 그의 통치기간은 이집트가 지우고 싶어한 역사로 남아있다.
아시리아는 바빌로니아의 싸움에서 패해 속국이 되었다. 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바니팔은 반란을 일으켜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며 근처 도시를 정복하기 시작한다. 아슈르바니팔은 정복한 도시의 땅에 소금을 뿌려 못쓰게 하고, 사람을 죽이고 노예로 만드는 등 잔인했다. 그의 사후에 아시리아는 금새 멸망하게 되는데, 적을 많이 만들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 왕의 특이사항으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는 니네베에 진흙판을 보관하는 최초의 도서관을 만든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왕이 왜 그렇게 잔인한 정복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중해 주변에 크레타라는 섬이 있었다. 이 크레타의 미노아 사람들은 황소 뛰어넘기라는 경기와 배를 만드는 기술이 유명했다. 지중해에 해적이 많았기 때문에 미노아 인들이 무역을 하기위해 우수한 배와 바다에서 싸우는 법을 알아야 했다. 그렇게 미노아의 왕은 해군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미노아 인들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섬의 화산 분출로 인해 멸망했다고 유추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크레타 섬에 그리스 미케네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크레타 섬을 소유하고 미노아 인들에게 배 만드는 법을 배운다. 미케네의 그리스 인은 오랫동안 주변의 야만인 부족과 맞서 이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도 싸우는 법을 익혀 그리스의 군대는 야만인에게 패배한다. 이후 야만인들은 그리스에서 살며 문명화돼 그리스 인이 된다. 이 부분이 재밌는게, 훗날 그리스인들은 타 민족을 바르바로이(야만인)라고 부르는데, 타 민족이 보기엔 그들이 더 바르바로이에 가까운 셈이다. 이 시대에 그 유명한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작성된다.
아슈르바니팔 왕 사후에 아시리아의 영토는 메디아와 바빌로니아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 때 페르시아라는 새로운 민족이 나타나 바빌론을 점령해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다. 이 당시 그리스 도시들은 각각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전사 중심의 스파르타와 민주주의를 따르는 아테네가 있었다. 페르시아 제국과 스파르타-아테네 동맹군이 60년동안 싸웠고 페르시아는 살라미스 해전 이후 그리스 공격을 포기하게 된다. 미노아 인들 덕분인지, 이 당시 아테네의 해군이 아주 강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에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다. 찾아보니,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통치 차이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페르시아와 전쟁 이후 아테네는 급성장하게 되는데, 민주주의가 확산되며 스파르타의 윗세력에게 압박이 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견제가 계속되다 주변의 도시국가 간의 갈등을 불씨삼아 전쟁이 발발한다. 스파르타의 강한 군대에 맞서 아테네는 긴 성벽을 가지고 있었고 싸움은 25년간 지속되었다. 이 전쟁 이후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약해진다.
이 때 마케도니아를 다스리던 필리포스 왕은 웃고있었다. 마케도니아는 저항할 힘이 없는 그리스의 도시를 정복하고 페르시아 제국과 맞붙게 된다. 이에 대한 2차 창작으로 『히스토리에』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게 역사가 묘사된다. 이제 필리포스 왕의 아들 알렉산더가 왕위를 물려받는다. 20살에 왕이 돼 11년동안 이집트부터 인더스강 유역까지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다. 커다란 야망을 가지고 전투에 있어 지는 법이 없는 이 정복왕의 행보를 듣고 있자면,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가슴이 웅장해진다.
알렉산더 대왕 사후에 마케도니아는 분열한다. 그리고 로물루스에 의해 로마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로마 사람들은 1명의 왕 대신 2명의 집정관을 두었다. 로마는 점점 번창했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웅변술에 재능이 있었고,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원로원 위주의 공화정 체제를 제정으로 바꾼 인물로 이는 로마의 혼란을 억눌렀다. 그리고 그의 후계자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를 더 크고 부유하게 만들어 제 1시민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그는 로마제정의 초대황제로 기억된다. 로마는 몇 백년동안 유지되고, 더 오랫동안 기억되었지만 거대한 영토를 통치할 지속적인 현명한 황제가 없었고 쇠퇴하게 된다. 동쪽, 서쪽으로 나뉘어 제국을 유지하다가 멸망하게 된다.
이후 역사가가 고대라고 칭하는 시대가 막을 내린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이나 과거의 시대이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에, 배울 점이 많다.
왕국의 존속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뛰어난 왕의 존재가 좋은지 모르겠다. 영원한 왕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로마의 공화정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로도 대체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
허나 그 역시 영원할 수는 없었다.
인도와 중국의 초기 문명에 대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대에 한해서 서구쪽 내용이 좀 더 흥미진진해서 그렇다. 중세의 이야기를 읽기 앞서, 다른 서적을 읽고 고대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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